상대방과 갈등이 있을 때 설득과 협상 중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일까?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의 밥 본템포 (Bob Bontempo)교수에 따르면, 협상과 설득은 서로 반대의 심리프로세스다. 협상은 상호적인 이익을 위해 서로 가진 자원을 교환하는 것에 비해, 설득은 어떤 자원이나 결과의 가치에 대해서 상대방이 믿는 것에 변화를 주는 기술이다.
협상은 빠르고, 설득은 느리다. 하지만 설득은 말로 하는 것이니 공짜이지만 협상에는 어느 형태로는 양보라는 비용이 들어간다. 협상은 매우 명확한 언어 (목표나 제안, 그리고 양보 등)를 사용하여 상대방에게 ‘우리가 함께 해결하자’, ‘당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 나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이냐’고 물어볼 수 있지만 설득은 모호해야 한다. 누구도 회의에 들어가서 ‘내가 지금부터 X에 대해서 당신이 믿는 바를 바꿔주겠습니다’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이렇게 협상과 설득은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설득은 어떻게 할 것인가?
클레어몬트 맥케나 대학의 제이 콘거 교수(Jay A. Conger)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행한 ‘설득에 필요한 기술 (The Necessary Art of Persuasion)에 따르면 아래와 같은 네 가지의 필수적인 단계가 있다.
1. 신뢰성을 수립한다 (Establish Credibility)
2.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목표를 프레이밍 (Frame Goals to Demonstrate Common Ground)
3. 선명한 언어와 설득력있는 근거 (Vivid Language & Compelling Evidence)
4. 감정적인 연결 (Connect emotionally)
이를 응용하여, 어린 딸이 브로컬리를 먹도록 “설득”하려면 이러할 것이다.
1. ‘이현아, 아빠가 너 잘못되라고 얘기한 적 없는 것 잘 알지? (신뢰성)
2. ‘아빠는 이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거야 (함께 문제 해결할 목표를 천명)
3. ‘아빠는 이현이가 오늘부터 브로컬리 스프를 먹었으면 좋겠고, 그렇게 비타민을 섭취해서 감기에 걸리지 않게 될거야 (제안과 근거)
4. 그래서 우리 사랑하는 딸이 건강해 진다면 아빠도 너무 기분이 좋을거야. (감정적인 연결)
이렇게 해서 브로컬리를 먹으면 이상적이다. 설득이 된다면 말이다. 그런데 아이가 입을 틀어막고 저항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제로 먹여야 할까? 아니면 소리를 쳐야 할까? 이럴 때 협상이 필요하다.
여기서 잠깐, 스캇워크의 협상의 핵심 구조인 8단계 접근 (8 Steps Approach)을 근거로 딸아이와의 협상을 준비해 보자. 딸아이와의 협상은 예측한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기에 각 단계를 차례대로 밟아 나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필요에 따라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
준비 (Prepare) 단계에서 준비를 마친 뒤에 탐색 (ARGUE) 단계부터 협상이 시작하게 되고 각 단계마다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다르며 결국 제안 (Propose)단계부터 협상은 급물살을 타며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8단계 중 일부의 단계만 사용해서 다시 아이에게 브로컬리를 먹여 보자.
- 준비 (Prepare): 목표 (Objective), 정보(Information), 전략(Strategy), 그리고 양보(Concessions)를 준비한다. 아이가 브로컬리를 먹게 하는 것이 목표이고, 내게 필요한 정보는 무엇인지, 경우에 따라 양보할 내용은 무엇인지 준비한다.
- 탐색 (Argument): 여기서부턴 협상의 시작이다. 정보를 전달하고 (브로컬리를 먹으면 좋은 점, 먹지 않으면 일어나는 일), 질문도 한다. (왜 먹고 싶어 하지 않는지?, 요즘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 무엇인지?)
- 제안 (Propose): 브로컬리 스프를 먹으면 먹고 나서는 이현이가 좋아하는 게임을 30분씩 하도록 허락해 줄께.
아이가 동의하면 협상 합의가 되는 것이고, 만약 거절한다면 다시 ‘탐색’ 단계나 ‘준비’ 단계로 돌아가서 내 제안을 수정하거나 아이에게 제안을 해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러면 질문에 답을 해보자.
협상과 설득은 무엇이 더 좋으냐는 질문엔 모범답안이 없다. 서로 쓰는 기술이 다르고 써야 하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협상 전문 교육 회사의 대표이지만, 설득이 가능할 상황이면 설득을 먼저 시도할 것을 권한다.
왜?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단, 설득이 과하면 상대방이 짜증을 낼 수 있고, 오히려 불신을 키운다. 설득이 통하지 않으면 내가 급해지고 감정적으로도 격해져 목표를 잊어버리고 논쟁에 집착하게 된다. 설득이 통하지 않을 때는 협상으로 바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답일 것이다. 협상은 주고받는 교환의 과정 (Trading Process)이다. 나에게는 비용이 낮으면서 상대방에게는 가치가 큰 양보(Concession)를 내어 주면서 결국 내가 원하는 바를 얻기 바란다.